레트로 티비 프로그램 '체험 삶의 현장' 소환 극한직업 양파밭 알바
돈이 궁하여 평소의 로망이던 농사일을 알아봤다.
탁트인 전망, 깨끗한 공기, 훈훈한 인심..등등 지나친 긍정을 하며 합격통보를 받고
인력소 버스에 몸을 실었다.
새벽에 일어나야 하는건 조금 고역이였지만 웰빙하면서 돈도 벌겠는데? 하며 룰루랄라 모드.
도착하니 역시 자연을 좋아하는 내겐 최적의 일터였다.
근데 좀 덥다... 조금 난감. 때는 6월 중순. 여긴 의성
뭐 이정도는 감내할 수 있다. 레츠 고~
일단 양파비닐을 걷어내면서 트랙터로 물건을 대충 파헤친다. 이건 다른 사람들이 미리 해놓는 일.
그러면 고랑마다 아지매들이 앞서가면서 소쿠리에 양파를 크기별로 담는다.
그걸 뒤에서 남자들이 망태기에 양파를 넣으면서 줄로 묶는게 일이다.
단순하지만 거의 기계적인 움직임으로 빨리 따라가야한다.
특히 남자에겐 좀 고된 느낌.
그래도 오전에는 이거 운동되네 하며 할만한 기분이였다.
한시간정도 하고 참도 먹고...
오전은 그런데로 끝나고 대부분의 업체가 점심은 각자 준비해야하는 각이다.
그래서 출근길에 편의점김밥 한줄을 챙겨왔다.
그런데 그늘이 거의 없다. 쩝....
하우스 옆면, 심지어 전봇대의 얇은 그늘도 활용하면서 각자도생하며 그늘을 찾아야 한다.
노동후에 먹는 김밥한줄이 꿀맛이다.
잠깐 쉬고 오후작업 시작.
슬슬 피로도가 몰려온다.
오후참 빵 먹고 다시 시작하니 허리가 끊어지는것 같다.
출발전의 로망이고 뭐고 추노라는 단어가 떠오른다.
허나 이미 강은 건넌 상황. 어떻게든 버텨보며 땀은 한바가지 흘리고..
얼음물 허리춤에 꽂고 일하지 않으면 진짜 헬이다.
정말 물빨로 일하게 된다. 500밀리 얼음생수통은 필수 전투아이템.
망태기 하나의 무게는 20킬로그램에서 약간의 플러스, 마이너스.
하루종일 마트 쌀포대무게를 들었다 놨다해야한다 남자는.
망태기 상하차는 외국인전담 미션. 극한의 일이다. 내국인들은 전부 도망가서 그런듯.
집에 돌아오는 길에 속으로 다시는 안한다고 생각했지만 웬걸.. 당일 일당을 받으니
잠시 피로가 풀리는듯 하다. 역시 돈은 스태미나 회복제다.
다음날 새벽에 이걸 가야하나 말아야하나 하다가 죽기야 하겠어?하는 생각에
다시 버스에 몸을 싣는다. 손아귀, 허벅지가 마치 두들겨맞은듯 우리하다.
이번엔 상주. 이날은 흐렸다. 풍광은 역시 좋지만...
곧 펼쳐질 아수라판의 기운이 엄습한다.
흙이 질척해서 장화는 필수.
뜬금없이 청개구리 구경은 많이했다.
진흙탕이라 소쿠리에 뭍어서 무게는 더욱 무거워지고 발은 잘 안빠지고 ...
유일한 장점은 햇빛이 안나서 땀이 조금 덜난다는것 정도.
장갑이 젖어서 손 피부가 불어 줄에 쓸리고 난리도 아니였다.
농주는 일하는게 마음에 안든다고 연신 발광.
해우소는 각자 알아서 눈치껏 해결해야 한다. 참았다가 주로 식사시간에 ...일하는 중에는 변두리 조금 꺼져있는 땅에서 조용히 봐야한다.
이것이 진정한 스파르타다.
돌아오는 길에 옷이 완전 각설이 모양새다.
온데 흙이 뭍어서 모자 눌러쓰고 빛의 속도로 귀가.
혹시 농사일을 낭만적으로 상상하는 사람이 있다면 이 글을 보고 마음 단디 먹고 임하기를 바란다.
조금만 굼떠도 귓가에 박히는 찰진 욕은 덤이다. 단 드물게 인심좋은 농주를 만나면 무릉도원이다.
물론 잘없는게 팩트.
'기타' 카테고리의 다른 글
장현식 프로필 엘지트윈스 우완투수 (2) | 2025.04.24 |
---|---|
조째즈 프로필 히트곡 '모르시나요' (2) | 2025.04.20 |
식품회사 취업시 필요한 보건증 생리중에는 어떻게 할까 (2) | 2025.04.14 |
가수 전효성 페미 근황 프로필 나이 (2) | 2025.03.02 |
김계리 변호사 프로필 나이 계엄 관련 발언 (0) | 2025.02.28 |